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텃밭으로 나선다. 새벽 이슬을 머금은 채 싱그러움을 뽐내는 채소들의 모습은 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며칠 전 심어놓은 토마토 모종에는 작은 꽃망울이 맺혔고, 쑥쑥 자라난 상추 잎은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작은 변화이지만, 내가 직접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며 키워낸 생명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미국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말했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그 자체로 치유이며, 삶의 가장 순수한 형태이다.” 텃밭에서 흙을 만지고 식물들을 돌보는 시간은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소중한 휴식이다.
텃밭 한쪽에는 어제 수확한 풋고추와 가지들이 놓여 있다. 땀 흘려 가꾼 작물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작은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이웃들과 조금씩 나눠 먹을 생각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텃밭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갓 수확한 채소들로 만든 소박한 밥상이지만, 그 맛은 어떤 고급 요리보다 신선하고 특별하다.
식사를 마치고 마당에 나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 위로 하얀 구름들이 천천히 흘러가고,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그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구절이 떠오른다. “한 알의 모래알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네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찰나의 순간 속에 영원을 잡아라.” 어쩌면 우리의 일상 속 작은 순간들, 평범해 보이는 사물들 속에도 우주의 섭리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오전에는 집안일을 하고, 오후에는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와 동네를 산책했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들을 구경하고, 정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한 대화는 아니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저녁에는 텃밭에서 딴 채소들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들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은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하다.
새벽을 깨우는 뻐꾸기 소리, 텃밭의 작은 변화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시간들. 거창하지는 않지만, 이 소소한 일상의 조각들이 모여 오늘의 하루를 특별하고 의미있게 만들어준다. 내일은 또 어떤 작은 기쁨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조용한 밤,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