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를 되짚어본다.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던 풍경, 지하철 안의 사람들 틈에서 느껴졌던 묘한 긴장감, 사무실에 도착해 쏟아지던 업무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흘려보냈을까. 문득, 퇴근길 버스 창가에 기대어 멍하니 노을을 바라보던 순간이 떠오른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애틋함이 느껴졌었다.
저녁 식탁에서는 가족들과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별다른 내용은 아니었지만,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는 그 평범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일상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의 숨결과도 같은 것이다. 그 소중함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우리의 삶은 바로 이 평범한 순간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리라.
설거지를 마치고 잠시 소파에 앉아 TV를 켰지만, 별다른 집중은 되지 않았다.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결국 전원을 껐다. 조용한 방 안, 오롯이 나만의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찾아온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고, 무엇을 생각했으며, 어떤 작은 변화들을 겪었을까. 어쩌면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 조금씩 다른 색깔로 채워지는 한 권의 일기장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본다. 빛바랜 사진 속에는 젊은 날의 부모님, 어린 시절의 친구들, 그리고 잊고 지냈던 풋풋한 나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그 시절의 웃음소리, 그때의 설렘과 아쉬움들이 사진 속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듯하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를 향한 작은 나침반과 같다.” 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지나간 시간들은 현재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어렴풋이 제시해 주는 듯하다.
늦은 밤, 창밖의 매미 소리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스탠드 불빛은 여전히 흐릿하게 빛나고 있다. 오늘 하루의 기억 조각들을 조용히 곱씹으며, 내일의 또 다른 일상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오늘을 마무리하고, 다가올 내일에는 또 어떤 작은 기쁨과 의미 있는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 본다. 이제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밤의 품으로 스르륵 잠들 시간이다.
